목차
- AI 시대, 예상 밖의 주인공 등장: 하드디스크 기업의 화려한 부활
- AI 2.0 시대의 도래: ‘인프라’로 확장되는 투자 생태계
- 떠오르는 ‘네오 클라우드’와 AI 데이터센터 전쟁
- 미래 기술의 명과 암: 양자컴퓨터의 꿈과 변동성
- 전문가 논평: AI 인프라 확장의 의미와 투자 전략
1. AI 시대, 예상 밖의 주인공 등장: 하드디스크 기업의 화려한 부활
최근 몇 년간 미국 증시를 이끌어 온 동력은 단연 엔비디아(NVIDIA)와 같은 AI 반도체 선두 주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S&P500의 성적표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이 첨단 AI 기업이 아닌, 오히려 ‘구식’이라 불리던 저장장치 기업들이라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데이터 저장의 핵심 부품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를 생산하는 기업들, 예를 들어 시게이트(Seagate),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 그리고 샌디스크(SanDisk, 웨스턴디지털의 자회사로 언급)는 올해 들어 세 자릿수 폭등세를 기록하며 시장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시게이트는 약 170%, 웨스턴디지털은 약 150%, 샌디스크는 무려 약 200%의 경이로운 상승률을 기록했죠.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AI 컴퓨팅 장비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가 AI 칩 제조사를 넘어 훨씬 더 광범위한 인프라 생태계로 파급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마크 저커버그와 샘 올트먼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낡은 기업’들이 새로운 시대의 조연이 아닌, 강력한 주연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셈입니다. AI가 촉발한 데이터 폭증이 구시대의 기술로 여겨지던 HDD의 데이터센터 솔루션에 대한 수요를 역설적으로 폭발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2. AI 2.0 시대의 도래: ‘인프라’로 확장되는 투자 생태계
시장이 AI 반도체나 서비스에만 집중했던 단계를 넘어, 이제는 AI 생태계 전반으로 투자가 확산되는 ‘AI 2.0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AI를 구동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투자가 엄청난 규모로 이어지고 있으며, AI 추론에 필수적인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하면서 HDD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용 솔루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MS, 알파벳, 아마존, 오라클 등)의 설비투자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준입니다. 최근 1년 누적 설비투자액이 S&P500 전체의 20%를 훌쩍 넘길 정도입니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는 전력, 네트워크, 그리고 GPU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됩니다. AI의 수혜가 이제 특정 반도체 기업을 넘어, AI를 받쳐주는 전체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는 방증이죠. 실제로 오라클이 AI 수혜 기대감으로 하루 만에 주가가 30% 이상 급등한 사례는 이러한 인프라 확장의 흐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언급한 것처럼 ‘피지컬(Physical) AI’로의 진화는 이 수요를 더욱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가 현실 세계로 AI의 무대를 넓히게 되면, AI의 추론 능력과 이에 필요한 고성능 데이터센터 수요는 현재보다도 훨씬 더 강력해질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추론형 AI가 컴퓨팅 사용량을 150배까지 늘릴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3. 떠오르는 ‘네오 클라우드’와 AI 데이터센터 전쟁
AI 시대의 인프라 수요를 반영하여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바로 ‘네오 클라우드(Neo Cloud)’입니다. 이는 AI 컴퓨팅에 특화된 소규모 클라우드 회사를 뜻하며, 한마디로 AI 시대를 위한 ‘데이터 서버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어위브(CoreWeave), 람다(Lambda), 크루소(Crusoe), 네비우스(Nevius) 등이 이 분야의 선두주자입니다. 이들은 일반 투자자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나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둘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코어위브는 원래 암호화폐 채굴업체였으나, 엔비디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대표적인 네오 클라우드로 급부상했습니다. 2022년 1,6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이 불과 12개월 만에 35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나스닥 상장 후 주가가 200% 이상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들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여 AI 데이터센터를 매입한 뒤, 이를 거대 클라우드 기업에 임대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루소는 오라클 및 오픈AI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네비우스는 MS와 장기 임차 계약을 맺는 등, 이들 네오 클라우드 기업은 AI 인프라의 새로운 병목을 해소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이 특정 기업의 독주를 넘어, 전문화된 인프라 기업들의 분산된 혁신을 통해 완성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4. 미래 기술의 명과 암: 양자컴퓨터의 꿈과 변동성
AI 인프라 주가 폭등의 거품론 속에서도, 또 다른 미래 기술인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들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온큐(IonQ)와 리게티컴퓨팅(Rigetti Computing)이 대표적입니다. 아이온큐는 최근 한 달 동안 90% 가까이 급등하며 서학개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방위 및 안보 분야에서 양자기술 수요가 가시화되면서, 향후 매출 증대와 기술 투자가 강화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리게티컴퓨팅 역시 미 공군과의 계약 소식에 한 달 새 200% 이상 치솟는 폭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조차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을 만큼 상용화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존재합니다. 실제 아이온큐는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불확실성과 높은 변동성은 국내 투자자들이 연초 이후 아이온큐 주식을 테슬라, 엔비디아 다음으로 대규모로 매도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미래를 바꿀 혁신 기술임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테마성 투기와 장기적인 비전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5. 전문가 논평: AI 인프라 확장의 의미와 투자 전략
최근 미국 증시에서 나타나는 AI 인프라 기업들의 급부상은 단순한 주가 상승을 넘어, AI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합니다. AI의 발전이 ‘반도체 제조’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운영 및 적용’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현상은 ‘가치 사슬의 재분배(Value Chain Redistribution)’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GPU라는 핵심 자원을 독점했다면, 이제 그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대규모 AI 모델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 전송하는 인프라가 새로운 병목이자 기회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HDD 기업들의 부활은 구시대의 기술이 새로운 용도(Hyperscale Data Center Storage)로 재정의되면서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 재활성화(Technological Rejuvenation)’의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이는 기술의 생명주기가 영원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수요에 따라 언제든지 재평가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이제 AI 관련 투자의 시야를 ‘직접적 수혜주(Direct Beneficiaries)’에서 ‘간접적 필수 인프라(Indirect Essential Infrastructure)’로 넓혀야 합니다. GPU 기업의 주가가 이미 고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장치, 고성능 네트워킹 솔루션, 그리고 AI 추론에 최적화된 저장장치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었던 잠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만,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전략가가 지적했듯, 주도주 그룹의 급등 이후 2차, 3차 거래를 찾는 행태는 버블 시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일 수 있다는 경고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즉, 펀더멘탈을 꼼꼼히 따져보고,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실제 기업의 계약 규모, 기술 경쟁력, 그리고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선별적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양자컴퓨터와 같은 ‘꿈의 기술’에 대해서는 포트폴리오의 작은 비중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며 변동성을 관리하는 전략이 현명할 것입니다. AI 혁명은 이제 막 2.0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앞으로의 시장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기회들을 제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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